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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나는 벤투, 한국 축구국가대표 감독은 축구협회와도 싸워야하는 극한직업

물짬뽕 2022. 12. 7. 1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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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8년 프랑스 월드컵
하석주의 월드컵 사상 첫 선제골, 그리고 백태클과 퇴장
축구협회의 차범근 감독 경질

1998년 프랑스 월드컵 또한 잊기 어려운 사건이었다. 32강 조별 첫 상대 멕시코를 상대로 우리가 사상 첫 선제골을 넣었다. 하석주의 발에서 시작한 골이지만 하석주가 상대선수를 백태클하면서 퇴장 당했다. 결국 우리팀은 1대 3으로 패하고 말았다. 아쉬운 마음이 컷지만 팬들은 남은 두 경기 열심히 뛰어주기를 바랐다. 그러나 예상치 못하게 한국축구협회는 차범근 감독을 해임했다. 아직 조별 예선이 진행 중인 상황에 초유의 사태가 벌어진 것이다. 차범근 감독은 그렇게 대회 도중 귀국해야했고 축구팬들은 당황스러웠다.

이 사건은 축구팬들이 한국축구협회(축협)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됐다. 그 전까지는 우리나라 팀이 국제대회에서 결과가 좋지 않으면 선수와 감독의 한계라고 생각했었다. 팬들은 축협이 어떤 일을 하고 있으며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관심을 갖게 되면서 우리 축구의 부진이 선수와 감독 때문이 아닐 수도 있겠다고 판단하게 됐다.



2002 한일월드컵
거스 히딩크 영입
꼬리에 꼬리를 무는 논란, 그리고 4강 신화

2001년 1월 1일 축협은 네덜란드 출신 거스 히딩크를 감독으로 영입한다. 지휘봉을 잡고 몇 번의 평가전 끝에 오대영(5:0) 감독이라는 별명이 생겼다. 1년 반 동안 선수를 히딩크 감독이 원하는 전술에 적합하도록 훈련 시키기엔 시간이 짧았다. 아직 우리팀은 유럽 강호를 상대하기엔 무리가 있다는 게 모두의 생각이었지만 평가전에 프랑스, 체코에 잇다라 5 : 0으로 패했다. 비난의 기사가 쏟아졌고 팬들도 이길 수 없는 상대를 불러다 평가전을 하는 게 이해되지 않았다. 그 전까지 우리 축구는 변방의 약한팀 초청해서 이기고 자축하는 거에 익숙했었기 때문이다. 경기가 코앞인데 여자친구와 휴가를 간 것 조차 비난의 여론이 쏟아졌다.

결과적으로는 히딩크가 옳았던 것이다. 축구협회, 언론, 팬들 조차도 이해하기 어려웠지만 비록 지더라도 강팀과 뛰어보고 나니 강팀의 감각을 느낄 수 있었고 자신감도 생겼다는 게 감독과 선수들의 후일담이다. 그 후로 우리는 유럽 강팀과 대진표가 짜여지더라도 불가능한 상대는 아니란 자신감이 생겼고 카타르 월드컵에서도 그게 증명됐다.



히딩크 이후 많은 국내외 감독들이 우리 국가대표 사령탑을 맡았지만 임기가 1, 2년 내외로 짧았다.
옴베르투 쿠엘류, 조 본프레레, 딕 아드보카트, 핌 베어벡, 울리 슈틸리케 등 외국 감독이 우리 국가대표 감독을 역임했지만 히딩크 이후 팬들의 높아진 눈높이를 맞추기 어려웠다. 슈틸리케 외에는 임기도 모두 1년 남짓으로 너무 짧았다. 모두 쫓겨나듯 한국을 떠났다. 그런면에서 2018년 8월 22일 부터 현재까지 임기를 마친 파울로 벤투 감독의 4년은 아마도 우리나라 축구 역사에서 가장 긴 재임 기간 일 것이다. 그래서 더욱 선수들과도 돈독했는지 모른다.



사업체가 된 한국축구협회
선수와 팬 보다 협회의 이익이 우선

히딩크가 처음 대표팀 라인업을 구성할 때 안정환 선수가 처음부터 그의 신임을 받았던 건 아니다. 안정환 선수가 K리그에서 인정받는 선수였지만 몸싸움을 기피하며 외모 만큼이나 신사 이미지가 있는 선수였다. 그러나 히딩크가 원하는 스트라이커는 아니었던 것이다. 히딩크는 본인이 원하는 압박축구를 위해 거기에 적당한 훈련 방식과 선수 선발을 고집했다. 그래서 협회와도 마찰이 잦았고 그 내용이 언론을 타면서 비난도 많이 받았다. 히딩크는 굴하지 않고 국내외에서 뛰고 있던 박지성, 설기현, 김남일, 이영표, 송종국 등을 발굴한다. 특히 국내 무대에서 외면 받던 박지성을 발굴하지 못했다면 우리나라 축구 역사도 달라졌을 것이다. 물론 좋지 않게. 2002년 이탈리아에 동점골을 넣은 설기현을 영입했을 때 역시 반대의 목소리가 컷었다.

감독이 본인 원하는 전술에 필요한 선수를 직접 선발하고 훈련 방식을 택하는 건 고유 권한으로 인정해야 한다. 그런데 외부에서 너무 많은 압력을 받는다. 우리에게 잘 알려진 유명한 선수들을 선발에서 제외하면 어김없이 비난의 기사들이 쏟아지고 팬들의 원망이 커진다. 또 축구협회는 생각보다 감독의 권한을 제한하고 통제하려 든다.

벤투 감독 역시 해외 인터뷰에서 비슷한 말을 했다. 그는 우리나라 국가대표에 취임하고 그의 "빌드업 축구"를 고집했다. 조직력있게 팀원들이 정밀한 패스로 라인을 끌어 올리면서 공격 상황을 만들어 가는 것이다. 옛날 우리나라 뻥축구와는 많이 다르다. 이번 우리 대표팀 경기를 보면 위기 상황에서도 윙백나 수비가 전방으로 공을 질러 차고 어떻게든 공격수가 해결 하라는 식의 경기 모습은 볼 수 없었다. 측면 침투 후 중원에 센터링하던 히딩크 이후의 우리팀 공격 모습도 이번엔 자주 볼 수 없었다. 벤투 방식의 축구 전술을 우리 선수들이 그동안 훈련해 온 것이다.

감독의 전술과 상관 없이 유명하고 인기 있는 선수를 선발하면 팬들도 좋아하고 축구협회도 많은 스폰을 받고 돈도 벌 수 있으니 다들 좋겠지만 선수 선발 권한도 없고 그래서 자기 전술도 제대로 구사 할 수 없는 허수아비 감독에게 우린 너무 많은 기대를 해왔던 것이다. 이번에 벤트 감독이 우리를 떠나면서 히딩크 만큼이나 많은 교훈을 주고 있다. 팬들은 우리 축구의 발전을 위해서라도 축구협회의 투명성을 요구하고 외쳐야 한다.

히딩크와 벤투는 고집이 있었다.
카타르에서 좋은 성적을 내고 이제 대한민국을 떠나게 될 시점이 되서야 우리는 그가 타협 보다는 본인의 축구를 구현하기 위해 축구협회와 나홀로 싸워 왔다는 걸 알게 됐다.
2002년 영광을 우리에게 안겨줬던 20년 전 대표팀 선수들, 그렇게 우리에게 전설로만 남아 줬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그들이 우리에게 미친 영향이 크기 때문에 그들의 말 한마디 한마디가 일부 팬들에게는 절대적일 수 있다. 많은 선수들이 은퇴하고도 우리나라 축구를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지만 몇몇 인기영합에 취한 과거 영웅이라던 사람조차 벤투호를 흔들지 않았던가. 본인들 발언과 행동의 무게를 생각해 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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