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와 이슈/정치

민주당 살생부일까, 치료를 위한 처방전일까? 통합과 대연정의 동상이몽

물짬뽕 2023. 3. 1. 1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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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6월 노무현 대통령은 선거제도 개혁을 위해 소선거구제에서 중·대선거구제로 바뀌는 걸 한나라당이 동의한다면 내각을 구성할 때 총리와 장관 임명권을 내어주겠다며 대연정을 제안한 적이 있다. 한나라당에 내각을 내어 준다는 것에 민주당 지지자들은 큰 충격이었다. 당시엔 한나라당엔 어떤 권력도 내 줄 수 없다는 생각 뿐이었고 지지자들도 노무현의 의도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
 
노무현의 의도는 분명했다. 지역주의 타파를 위한 목적이 컸다. 현재도 유지되고 있는 소선거구제는 지역구 1 곳에서 1명의 국회의원만 선출 할 수 있다. 중·대선거구제는 한 선거구에서 2명 이상 의원을 선출 할 수 있어서 현재의 승자독식을 어느정도 방지 할 수 있다. TK, PK 지역에서는 보수 후보가 호남 지역은 진보 후보가 계속 선출 된다면 지역구도를 타파하기 어렵다는 게 노무현 판단이었다.  지방선거 기초의원(시·도의원) 선거 방식이 중·대선거구제와 그나마 유사한 제도로 지역구에서 2, 3명의 의원이 선출 될 수 있다. 따라서 한 지역구에서 보수, 진보 후보가 동시에 당선 될 수 있다. 즉, 중·대선거구제는 TK, PK에서도 민주당 후보가 당선 될 수 있고 호남에서도 보수 후보가 당선 될 수 있는 선거제도 인 것이다.
 
21대 총선에서도 중·대선거구제 논의가 있었지만 2005년 그때처럼 논란만 키웠고 서로 안정 된 밥그릇을 지키기 위해 비례 정당을 허용하는 해괴한 선거제도를 만드는 촌극을 벌이기도 했다. 22대 총선(2024년)을 앞두고 이 문제는 다시 논의가 될 것이지만 결론은 쉽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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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의 대연정과 현재 586운동권이 추구하는 대연정에는 차이가 있다.
지금 586운동권이 원하는 대연정은 국민의힘(여당)과 민주당(야당)이 연립정부를 구성하는 것이다. 즉, 내각제를 기본으로 한다.
내각제를 시행하는 여러 나라에서 대연정을 하기도 한다. 해외 사례의 경우 다당제일 때 다수당이 되기 위해 다른 당과 연합하는 경우가 그렇다. 우리나라도 다당제를 하고 있지만 사실상 민주당과 국민의힘 양당 체제라 볼 수 있다. 만약 이런 환경에서도 대연정(내각제)를 하게 된다면 사실상 국회에서 서로 힘있는 사람들끼리 권력을 독점하겠다는 것이다. 일본이 선거에서 이긴 다수당이 총리를  내는 것처럼 서로 입맛에 맞는 사람을 대통령으로 내세울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국민의 직선제가 의미 없게 된다. 국민의힘 입장에서도 그런 대연정이라면 반대할 이유가 없다. 일본이 40년 넘도록 정권 교체도 못하고 민주화운동도 제대로 하지 못한 건 내각제로 국회가 권력을 장악했고 중국의 1당 독재처럼 고착화 됐기 때문이다. 민주주의 기본 원리인 3권 분립이 되지 않는 것이다. 
 
 
586의 대연정(내각제)에 가장 걸림돌이 되는 사람이 누구일까?
개혁파일 것이다.
그 개혁파 선봉장이 이재명이다.
2018년 이재명의 재판 때도 586 내부에서는 지지자들을 선동해 이재명 출당과 제명을 시도했다. 지금도 이재명을 정치판에서 끌어내리기 위해 할 수 있는 걸 다 하는 중이다.
검찰의 이재명 체포동의안 국회 투표에서 민주당에서 최소 31개 이상의 가결표가 나왔다.
검찰의 모함에 동조해 당대표를 끌어내리려 했던 이들에게 민주당 당심이 폭발하고 있다.
 

민주당 당헌 80조 개정안 부결 의원

 
민주당의 당헌 80조에는 당대표가 기소 될 경우 그 직을 내려놔야 한다는 조항이 있다. 문재인 때 만들어 진 것이다. 그러나 당시엔 생각하지 못한 게 있다. 검찰이 정치적 의도로 당대표를 탄압하기 위한 기소라면 사실상 민주당 당대표의 목줄을 검찰이 쥐고 있는 것이다. 검찰은 죄가 없어도 기소가 가능한 유일한 조직이다. 그것이 부당하다고 판단 돼 당헌 개정을 했지만 28명이 반대하고 나선 것이다. 그래서 이들이 이재명 체포동의안에 가결표를 던졌을 것이라 여기는 것이다. 이재명이 경기도지사를 할 때부터 늘 반대편에 섰던 사람들까지 합하면 반이재명계는 대략 30~40명 정도로 추측된다.
 
SNS을 통해 이들 명단이 빠르게 번지고 있다.
언론에서는 이것을 두고 살생부라고 한다.
이들이 22대 총선에서 공천을 받지 못하거나 당선되지 않는다면 그들이 꿈꾸던 대연정도 물건너가게 된다.
보수 통합 보다는 개혁이 먼저라는 이재명이 이들에게는 눈엣가시가 아닐 수 없다. 그런 이유로 가결표를 실제로 던졌는지는 본인이 직접 밝히기 전까지는 확신 할 수 없지만 반이재명인 건 부인 할 수 없다.
 
이재명은 벌써 수 년째 이재명을 반대하고 있는 이들과도 소통하고 통합이 가능하리라 믿었다.
지지자들은 그들이 절대 이재명에 이롭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이재명을  믿고 기다려 왔다. 이번 체포동의안 처리과정에서 그들은 절대 이재명의 편에 서지 않을 거란 걸 확인했다.
 
민주당 한 쪽이 그렇게 곪아가고 있는데 치료가 될 거 같지가 않다.
그럴 땐 더 늦기 전에 도려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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