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의 남자 조국, 박근혜의 남자 우병우. 정치권에선 사실상 출마 선언으로 판단. 그런데 미소 짓는 국민의힘의 속내는?

좌.조국, 우.우병우 (한겨레)

 

최근 정치권에서 가장 핫한 인물이 아마도 조국과 우병우일 것이다. 이들은 평행이론이라 할만큼 닮은 점이 있다. 가장 먼저 기억나는 건 각 정권의 대통령을 가장 가까이에서 보필한 민정수석이란 것과 각종 비리 의혹으로 수사를 받아오며 정치행보에 빨간등이 켜졌던 과거가 있다.

 

우병우는 박근혜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만큼 처음엔 국민의힘에서 우병우의 출마설과 거리를 뒀다. 우병우는 당연히 애써 가라 앉혔던 박근혜 정부를 수면위로 끄집어 낼 것이고 자연스럽게 최순실과 국정농단이라는 키워드가 회자될 것이다. 박근혜 정부의 국정농단으로 누적인원 2천만 명 이상이 광화문 거리와 전국 각지에서 촛불을 들어 탄핵까지 이끌었다. 그러고 나서 국가개혁과 적폐청산을 요구하며 문재인을 대통령에 밀어줬다.

 

문재인과 박근혜는 정치적 라이벌 답게 조국, 우병우처럼 서로 비교가 많이 되는 전 대통령들이기도 하다. 문재인은 임기 초반에 90%에 육박하는 역대 대통령 최고의 지지율이었다. 박근혜를 찍었던 사람도 이번엔 문재인 찍었다 할 정도로 TK, PK 지역에서도 문재인의 지지율이 높았다. 문재인은 기대가 컸던 만큼 실망도 컸다. 박근혜한테 실망하고 믿었던 문재인한테 또 실망한 사람들은 배신감이라고 할 정도다.

 

 

조국사태, 2030세대가 돌아서게 된 계기

문재인이 김정은을 만날 때까지만 해도 그 화려한 연출에 많은 국민들이 현혹됐었다. 그래도 임기 초반이니 그 힘으로 적폐청산을 주문하면서 21대 총선에서는 무려 180석이란 압도적인 의석 수를 만들어 주기도 했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는 이렇다할 성과를 보여주지 못했고 조국사태까지 터졌다. 이때부터 문재인의 이미지 정치도 한계를 드러냈다.

 

조국과 우병우 모두 친인척 일가 비리에 대한 수사가 있었지만 그런 것 보다 특히 국민이 예민하게 반응한 건 교육 관련 비리였다. 대학가에 조국을 규탄하는 대자보다 붙기 시작했다. 그 여파는 민주당으로 퍼졌고 2030세대 지지율이 가파르게 추락하며 결국 정권을 넘겨주는 지경까지 왔다.

 

과장이 있겠지만 문재인과 조국에 대한 국민의 실망은 박근혜의 국정농난을 상쇄시킬 정도라는 사람도 있다. 따라서 우병우가 출마하게 되더라도 박근혜로 인한 영향은 크게 없을 거란 게 현재 국민의힘 판단이다. 조국이 출마하는 게 우병우 출마보다 100배 환영할만 하다며 조국을 도발하기도 했다.

 

 

야심가 조국, 출마 공식화하면 대권주자 자리 굳힘!

조국은 최근 문재인 전 대통령이 있는 평산책방에 방문해 책방 봉사와 독주를 마시며 담소를 나눴다고 한다. 자리에서 조국은 "나침반도 없는 '길 없는 길' 가겠다"라며 본인의 앞으로 행보를 암시했다.

조국 페이스북 (한경)

우병우의 국민의힘 보다 조국의 민주당이 속내가 더 복잡한 걸 어쩔 수 없다.

문재인은 퇴임했지만 여전히 민주당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으며 당내 비명계는 여전히 문재인 세력을 등에 업고 문재인 패권에 편승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많다. 따라서 조국이 민주당에서 출마한다면 각자 계산이 복잡해진다. 민주당 내 비명계에는 이낙연계도 있기 때문이다. 그 뿌리는 문재인이지만 이낙연 지지자와 조국 지지자는 어느정도 경계가 있다.

 

이낙연은 문재인의 초대 총리면서 최장기 총리라는 타이틀로 문재인 당선증에 잉크도 마르기 전에 차기 대권주자로 50% 이상의 지지율을 보이며 이재명을 압도했었다. 그러나 이낙연이 총리로서 이렇다할 존재감을 보이지 못했고 민정수석이던 조국이 법무부장관으로 부상하며 유력 대권주자가 이낙연에서 조국으로 넘어가던 차에 조국사태가 터졌다. 지난 대선 과정에서 이낙연이 먼저 이재명의 대장동 음모를 내부에서 터뜨린 것처럼 조국도 이낙연이 날린 게 아니냐는 설이 있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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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기 대권주자로 늘 거론되는 조국, 그 뒤에는 문재인이라는 버팀목이 있다!

문재인의 이낙연 총리 임명은 예견하기 어려웠다. 당시 이낙연은 존재감도 없었고 호남에서도 그렇게 평이 좋지 않았던 인물이었기 때문이다. 또 조국을 민정수석에 임명한 건 많은 사람들의 머리를 복잡하게 만들었다. 문재인의 모든 과정에 조국이 함께 했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법조인으로서 이렇다할 실무나 행정 경험이 전무한 조국을 민정수석으로 임명한 건 매우 파격적이었다. 거기에 더 나아가 법무부장관으로 지명하면서 그의 파격적인 인사는 국민을 한 번 더 놀라게 했다.

 

문재인이 조국을 민정수석에 임명할 때 부터 사람들은 민주당에서는 차기 대권주자로 이낙연과 조국을 염두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반면 이재명은 문재인의 견제로 경기도지사로서의 행정업무 조차 어려움을 겪어야 할 만큼 정치적 위기를 겪고 있었다.

2019. 조국 페이스북

검찰총장 윤석열은 조국이 법무부장관에 내정 될 때 부터 그를 수사했으며 문재인 대통령한테 조국 임명을 철회할 것을 요구했다는 이야기도 있다. 그러나 문재인은 조국의 장관 임명을 철회할 뜻이 없었다. 검찰의 압박에도 조국이 흔들리지 않았던 이유는 문재인이었을 것이다. 대통령의 이런 믿음이야 말로 가장 확실한 버팀목이었을 것이다. 그런면에서 당시 조국이 페이스북에 올린 사진 한 장이 아직도 여러 해석으로 풀이되면서 회자되고 있다.

 

대선, 진로, 딱 좋은데이.

 

정치인의 말로 풀이하자면 조국 본인 또한 애초부터 대권에 마음이 전혀 없지 않다고 많은 사람들이 해석하고 있다.

 

 

과거 안철수 연상 시키는 조국의 요즘 행보!

조국 북콘서트에서 딸 조민양과 함께 (오마이뉴스)

조국은 재판 중에도 북콘서트를 계속 이어가고 있다. 2022년 "그대가 조국"이라는 다큐 영화를 시작으로 외부 활동을 꾸준히 하고 있다. 이런 모습은 사실 안철수를 떠올리게 한다. 2009년 6월 MBC 무릎팍도사라는 예능에 출연했던 안철수는 갑자기 지지자들이 생겨나면서 정치 활동 요구도 생겼다. 그런데 안철수는 답이 없었다. 양반탈처럼 눈웃음만 지을 뿐이었다. 안철수가 그럴수록 지지자들은 더 결집했고 그에게 정치 요구 목소리를 더 크게 냈다. 민주당은 노무현 전 대통령을 지키지 못할만큼 분열되고 나약했으며 국민을 전혀 위로하지 못하던 때였다. 국민들은 새로운 지지자가 절실했다. 그래서 더 안철수에게 기대하게 됐다.

 

2010년 서울시장에 출마할 줄 알았던 안철수는 압도적인 지지율에도 후보를 양보했다. 세월이 지나고 나서야 그는 처음부터 대권을 노리고 있었던 게 아닌가 싶다. 그 후로 또 1년이 지나도록 안철수는 정치를 하겠다 안 하겠다 말은 안하면서 전국을 돌며 토크콘서트를 시작했다. 지지자들은 더 헷갈리기 시작했다. 정치를 하겠다는 분명한 의사표현은 없으면서 대외활동은 점점 더 늘려가는 걸 보면서 "간철수"라는 별명까지 생겨났다.

 

안철수는 2012년 대선을 앞두고 대통령 출마로 직진을 선언했다. 당시 그가 말했던 돌아가는 배를 불태웠다는 말은 지금에 와서는 조롱거리가 됐지만 어쨌든 그렇게라도 출마를 했고 예비후보 과정에서 문재인 보다 높은 지지율을 얻게 됐다. 그런데 민주당은 386운동권 중심의 강성 팬덤이 이미 있었다. 어느 지지자의 극단적인 선택을 보면서 초보 정치인 안철수는 서울시장 후보에 이어 대선 후보 자리도 문재인한테 양보하게 된다.

 

대선은 졌지만 문재인 중심으로 재편한 민주당은 안철수를 경험하면서 위기감을 느꼈는지 친문 중심의 패권 강화에 모든 역량을 집중했다. 그게 지금까지 이어져 오면서 당내에서 이재명을 흔들고 있다. 그동안 당에서 문재인과 조금만 결이 달라도 민주당에서 살아남기 어려웠지만 이재명은 그동안 성남시장, 경기도지사를 지내는 동안 국민들에게 능력을 인정받으며 전국에서 자발적으로 지지자들이 자생했고 민주당에서 살아남을 수 있게 됐다. 우리나라에서 흔치 않은 사례다.

 

만약 조국이 민주당에서 출마하게 된다면 민주당은 다시 대혼란이 불가피하게 된다. 조국 또한 문재인 팬덤을 등에 업고 있기 때문에 민주당에서 둥지를 튼다면 언제든 이재명 자리를 위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재명이 워낙 힘들게 이 자리까지 올라오게 된 만큼 이재명 지지자들도 쉽게 자리를 내어주려 하지 않을 것이기에 2020년 이후 극에 달한 친문, 친명 간의 극한 대립 구도가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국민의힘이 조국 출마를 반기는 이유도 이런 민주당의 상황을 잘 알기 때문일 것이다.

 

 

양향자, 금태섭, 류호정 등 제3당 창당 계획 공개. 조국, 이낙연 영입할까?

이런 가운데 최근 20대 총선 당시 문재인 키즈 1호 양향자가 새로운 정당을 창당할 것을 공개했다. 그에 앞서 금태섭, 류호정도 국민의힘과 민주당에 대적할 수 있는 새로운 정당을 만들겠다고 나섰다. 이미 김종인과 접촉했던 몇몇 정치인들이 수 개월 전부터 제3당 창당을 언급한 상황이기 때문에 2024년 22대 총선을 앞두고 새로운 정당이 생겨날 것은 이제 분명해졌다.

 

정당을 새롭게 꾸릴 때는 구심점이 되는 인물이 있어야 한다.

 

21대 총선 때는 선거법을 누더기로 만들면서 비례정당을 임시 창당하는 해프닝이 있었지만 다시 그런 창당은 있어서는 안된다. 현대 정치사에서 성공적인 창당이라고 하면 그나마 안철수의 국민의당이 있었다. 결과적으로 당은 흔적 없이 사라졌지만 그 시도만큼은 의미 있는 창당이었다. 창당을 하더라도 안철수처럼 당에 중심이 될 수 있는 인물을 내세우지 않는 이상 알맹이 없는 창당으로 찻잔속의 태풍이 될 가능성이 크다.

 

이낙연은 아마도 민주당에서 총선에 출마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지난 대선에 출마하기 위해 이미 당대표를 중도 사퇴하면서 7개월자리 대표라는 꼬리표가 붙었기 때문에 다음 대선 출마를 하려면 또 의원직을 중도 사퇴하게 된다. 따라서 제3지대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하는 게 그에겐 유리하다고 볼 수 있다. 민주당 비명계 조차도 이낙연의 민주당 복귀는 꺼려하는 분위기다.

 

반면 조국에 대해서는 조심스럽다. 조국의 총선 출마에 대해서는 개인의 자유를 말하고 있지만 앞으로 신당이 어떻게 진행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분위기를 살피는 눈치다. 조국의 입장에서도 대선을 염두하고 있다면 총선 출마는 불가피하다. 어느 지역구, 어느 정당에서 출마할지를 본인도 고심하고 있을 것이다. 만약 누구든 신당을 창당하겠다고 하면 총선 6개월 전인 9월까지는 마무리가 되야 예비후보를 낼 수 있다.

 

신당 창당 할 때는 차기 대권주자가 구심점이 되야 안정적인 구도를 구축할 수 있다.

 

그런면에서 조국이 가장 적합한 인물이기는 하다.

조국이 만약 민주당에서 출마한다면 본인 스스로에게 큰 부담이 될 것이다. 민주당은 이미 180석을 경험했고 그정도로 대승하지 않더라도 총선 성적이 좋지 않다면 민주당은 "조국의 강을 건너려다 조국의 늪에 빠졌다"는 상대진영의 프레임에 영영 갖혀 버리는 것이다. 이재명 또한 대표로서 강단을 내리지 못한 것에 대한 지도력에 대한 질책이 따를 것이며 정치인으로서 타격이 적지 않게 된다. 이재명은 이번 총선이 다음 대선으로 가는 중간 평가의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에 쉬운 선택이 없다.

 

만약 조국이 20대 총선 때 안철수처럼 신당에서 의석수 20개 이상을 얻어 원내정당만 되도 성공한 것이기 때문에 민주당 출마 보다는 부담이 덜 할 수 있다. 대선 때 문재인 강성 지지자들은 이념과 진영을 따지지 않고 윤석열을 지지한 전력이 있다. 그들이 조국을 따라간다면 제3당에서 새로운 진영이 형성 될 가능성이 크다.

현재 조국은 크게 두 가지 노선이 보인다. 민주당에서 출마해 총선을 이기고 4개월 뒤에 있는 전당대회에서 당대표로 당선 돼 민주당에서 차기 대권주자로 자리매김하거나 신당에 합류에 새로운 정당을 이끌어 가거나. 어느 쪽이든 선택하겠지만 전자의 경우엔 이제 시작하는 정치인생을 걸어야 하는 만큼 부담이 크고 후자의 경우엔 경험이 부족한 탓에 자칫 주변 세력에 끌려 다닐 수 있는 위험이 있다.

 

아직 시간은 남아 있지만 2024년 22대 총선은 대한민국에 많은 지형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