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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에서 돌풍 일으킨 신태용 감독, 오만했던 대한민국과 베트남 축구협회가 떠오르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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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겨울이었다. 우리에겐 생소했던 동남아의 월드컵이라 불린다는 "스즈키 컵"에서 베트남 우승 소식이 들려왔다. 베트남은 열광했고 그 열기는 2002년 대한민국의 그것과 다를 게 없었다. 베트남 뿐 아니라 대한민국에서도 박항서의 인기는 하늘높이 치솟았다. 거기서 그치지 않고 박항서 감독이 이끌던 베트남은 2021년 동남아 최초로 월드컵 본선에 진출하는 진기록을 세웠다. 베트남은 말 그대로 박항서 매직에세 헤어나오지 못했다.

 

박항서의 계약 기간이 만료 되던 무렵 베트남은 너무나 쉽게 박항서 매직을 끝냈다. 베트남 축구협회와 축구팬들은 이제 박항서 없어도 베트남 축구는 동남아 정상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박항서 열기는 식었고 계약 연장도 이뤄지지 않았다. 박항서 후임 감독이던 트루시에는 훨씬 많은 연봉을 챙겼지만 아시안컵에서 졸전을 기록하며 1년만에 해임됐다. 우리나라 축구협회의 클린스만과 비슷했다.

동남아 최고라던 베트남 축구는 박항서와 계약이 끝난 후 2017년 이전의 베트남 축구로 돌아가는데는 채 1년도 걸리지 않았다.

 

 

2002년 우리나라도 히딩크를 감독으로 영입하면서 4강의 역사를 쓰기도 했다. 1년 반의 짧은 임기였지만 그는 대한민국 축구 체질을 바꿨다. 그러나 한국도 베트남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히딩크 임기가 종료되고 후임 감독을 영입하는 과정에서 축구협회가 적극 개입하면서 한국 축구는 더 발전하지 못했다. 국내파 감독을 영입했다가 팬들의 원성에 외국인 감독을 영입하기도 했지만 그마저도 축구협회 입김으로 다루기 편한 감독을 선출하다 보니 성적 보다는 협회의 행정 중심으로 대표팀이 굴러갔다. 축구협회가 히딩크를 탐탁지 않게 여겼던 이유도 선수 선발이나 훈련 방식을 두고 협회의 간섭이 컸고 협회의 언론플레이가 심했다. 얼론 플레이 결과 일각에선 히딩크 중도 경질 이야기가 나왔을 정도다.

 

그나마 박지성의 EPL 성공은 유럽 리그에서 우리나라 선수들에게 대한 관심이 커지는 계기가 됐다. 축구협회는 협회장 중심의 독재체제로 독주하고 있었지만 선수들의 기량은 날로 좋아지며 해외파도 늘어났다. 지금까지 대한민국 축구는 그런 선수들의 개인기에 의존하며 겨우겨우 연명해 왔던 것이다.

 

벤투 감독

 

벤버지라 불렸던 벤투 감독은 대한민국 축구의 가능성을 다시 확인시켜 줬다.

히딩크와는 다른 방식이었다.

벤투 역시도 처음부터 축구협회와 뜻이 잘 맞았던 건 아니다. 협회와의 갈등 속에서도 벤투는 선수들만 보며 선수와 하나처럼 움직였다. 벤투의 그런 노력 결과 선수와 팬들의 절대적인 신임을 얻게 됐고 우리나라 최초 4년 4개월이라는 최장수 국가대표 감독이 됐다. 벤투의 임기가 끝나자 축구협회는 2002년 히딩크 이후와 똑같은 일을 반복하고 있다. 그결과 40년 만에 올림픽 진출 실패가 됐다.

 

 

 

▲ 해외만 나가면 날아다니는 선수와 감독들

이번에 U-23 아시안컵에서 우리나라를 누르고 4강에 진출한 인도네시아 신태용 감독 뿐 아니라 말레이시아의 김판곤 감독도 A팀 아시안컵에서 놀라운 성적을 보여줬다.

4강에 진출한 신태용 감독은 인터뷰에서 대한민국 팬들에게는 폐를 끼친 거 같아 미안하다고 했지만 스포츠에서 승리했다고 상대에게 미안할 건 아니다. 그러면서도 은퇴하기 전에 한국 국가대표 감독을 하고 싶다는 속 마음을 보여줬다.

 

인도네시아가 지금은 신태용에 열광하고 있지만 과거 우리나라와 베트남이 했던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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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됐든 축구협회와 감독과의 갈등은 한 두 번이 아니다. 그렇다고 축구협회가 다루기 편했고 그만큼 잡음이 덜했던 감독들이 성적이 좋았던 것도 아니다. 1998년 프랑스월드컵 차범근 감독이던 때와 지금 축구협회는 달라진 게 없다. 선수와 감독의 기량을 날로 좋아지지만 축구협회는 아직도 20세기 낡은 행정에 머물러 있다.

 

 

축구 팬들이 신태용 감독에게 고맙다고 하는 이유는 만약 이번에도 우리 팀 선수들의 개인기에 의존해 꾸역꾸역 성적을 냈다면 축구협회는 변화의 시도 조차 없을테고 우리 축구 행정은 또 제자리에 머물러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축구협회 혁신 없이 이대로 또 위기를 모면하고 넘어간다면 우리는 2026년 북중미월드컵 진출도 장담하기 어렵다. 이번에 축구협회의 모든 걸 바꿔야 한다.

 

우리나라 스포츠 협회에서 선수관리를 가장 잘하고 있는 곳은 명실상부 "대한양궁협회"다. 문제가 많은 다른 스포츠 협회도 마찮가지지만 이제는 대한양궁협회를 모델로 스포츠계 전체의 변화 노력이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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