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선에서 낙선한 이낙연은 대선에서 별다른 역할 없이 해외로 떠났다가 올해 초 다시 귀국했다. 그의 귀국은 예상대로 지지자들을 대동하면서 개선장군이라도 된 것 마냥 화려했다. 많은 민주당 당원들의 우려대로 그의 귀국은 곧 이재명 흔들기로 이어졌다. 직접 나서지는 않았지만 그의 측근의 입을 빌려 이재명에 대한 비판을 이어왔다.
17일 이재명의 4번째 검찰 출석이 확정 되고 16일 이낙연은 SNS을 통해 민주당 혁신위를 향해 날카로는 비판을 했다. 故노무현 전 대통령의 탄핵에 나섰다는 그의 과거 전적은 이제 누구나 알게 됐고 586운동권 중심이었던 친노 계파에서도 환영받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밀고 있는 게 故김대중 전 대통령이 이낙연의 정계 입문을 간곡해 바랐다는 전설같은 이야기를 만들어 내며 "제2의 김대중 이미지화"에 열심히다. 마치 문재인의 노무현 절친 설의 다른 버전을 만들고 있다 할 수 있다.
일단 이낙연의 제2의 DJ 이미지는 본인과 국민의힘에서 열심히 밀어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방송 토론에 출연 중인 보수 패널들은 대체로 이낙연에 우호적인 발언을 하고 있으며 민주당 보다도 이낙연 이미지에 신경을 써주고 있는 모양새를 하고 있다. 이낙연의 제2의 DJ 이미지 작업은 아직 시작 단계이니 좀 더 지켜 볼 일이다.
이재명 대표가 검찰 출석하는 17일 이낙연은 광주, 전남을 방문하면서 순천을 시작으로 전국 강연과 언론토론회를 시작하면서 본격적인 대외 정치활동에 나섰다. 이낙연이 17일 광주, 전남을 방문한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민주당의 지난 대통령 경선에서 대부분의 지역에서 압도적으로 앞섰던 이재명이 3차 투표에서 외부세력의 개입이 있는 것으로 보여지면서 박빙으로 어렵게 절반 남짓 득표를 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낙연의 지역기반인 광주, 전남에서는 이낙연이 0.17% 앞섰다. 민주당이 호남을 지역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소수점이더라도 호남에서의 승리는 이낙연에게 의미가 컸을 것이다. 아마도 호남에서 다시 지지세력을 결집하면 이재명을 호남에서 밀어 낼 수 있다는 계산일 것이다.
재등판한 이낙연, 민주당에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
후보가 대통령 선거 본선에서 낙선하더라도 정당은 다음 선거 때까지 낙선한 후보를 중심으로 결집해 지지자를 결속하는 게 지금까지 흐름이었다. 대통령 후보를 냈던 정당은 모두 그렇게 해 왔다. 그러나 정당 역사상 거의 처음으로 민주당이 유력 대선 후보를 당에서 밀어내고 경선 낙선자를 차기 후보로 밀기 위해 당대표를 흔들고 있다. 170석에 가까운 의석 수를 갖고도 당대표가 이렇게 어려운 적이 없었다.
이재명이 민주당에서 입지가 작은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지만 그가 대통령 후보가 되기까지 과정 때문이다. 보통은 대통령 후보가 되려면 국회의원이 되고 의원들이 세력을 규합해 많은 물밑 작업을 한다. 이재명은 그런 과정 없이 성남시장 때 부터 행정가로서 능력을 인정 받았고 점차 지지세력이 모아지면서 지금까지 오게 된 것이다. 대외 지지율은 높지만 국회에서는 이렇다 할 세력이 부족하다. 또 이재명은 조선 후기 실학파들처럼 실사구시(實事求是)를 중시하는 인물이다. 그렇다 보니 옳다 그르다의 기준이 그동안 정치계에서 지켜왔던 가치와 부딪혀 왔다. 그 틈을 기득권 정치인들이 집요하게 파고들면서 이재명을 정계에서 몰아내려는 것이다. 자기들 정치판에 이재명은 불청객 같은 사람이었을 것이다.
이재명을 몰아내고 이낙연을 다시 대권 주자로 세우려는 민주당 기득권과 그 기득권을 주도하거나 편승했던 친문 세력들에게 검찰의 이재명 수사는 반가 울 수 밖에 없다. 그들의 바람대로 이재명을 몰아내고 이낙연이 차기 대권주자로 다시 설 수 있을까?
국민의힘 입장에서도 이낙연의 주도권 탈환은 반갑다.
이재명은 국회 입장에서 볼 때 기득권 정치와는 거리가 있다. 정부가 수립되면서 국회는 수 십년 동안 목숨 걸고 싸웠던 시절이 있다. 그러다 국가 체제가 어느정도 안정되고 민주화운동을 통해 국민의 정치 참여가 많아지게 되면서 국회를 감시하는 국민도 많아졌다. 어느 한 쪽이 우월한 힘을 가졌다고 확신 할 수 없는 시대가 되면서 국회는 겉으로는 치열하게 국민을 대변하면서 싸우는 것 같지만 본인들의 이익 앞에서는 암실 거래가 많아졌다. 그러면서 함께 부패해 왔다. 우린 그걸 구태정치라 했고 문재인을 통해 오랫동안 퇴적 됐던 썩은 것들을 청소해 주기를 바랐지만 생각보다 무력했고 국민은 실망했다.
만약 이재명이 큰 힘을 얻는다면 국민이 바라던 그런 개혁정치를 할 것을 그의 과거 행적을 통해 국민들도 기대감이 크다. 이재명에 대한 국민 기대가 커져 갈 수록 구태 정치인들에겐 설 자리가 줄어들 게 된다. 그래서 민주당의 기득권과 국민의힘은 이재명을 몰아내려 하며 이낙연에게 힘을 실어주고 있는 것이다. 이낙연이 다시 민주당 주도권을 잡는다면 이전의 정치로 다시 돌아갈 수 있다는 기대가 그들에게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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