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SNS가 발달한 시대라 할지라도 시민이 국회의원과 소통 할 수 있는 방법은 그렇게 많지가 않다. 특히 지방의 국회의원은 선거가 끝나고 당선 발표나기가 무섭게 서울에 거쳐를 마련하고 지역구인 지방에서는 시민들과 접촉하는 일이 거의 없다. 선거 전에는 행사장마다 따라다니며 얼굴을 보여주던 의원들도 임기 끝날 때까지 마주칠 수 있는 일이 없다. 그리고 다시 선거철이 되면 사람 모인 곳이면 나타나서 얼굴을 들이민다.
내가 찍은 국회의원도 소통하기가 이렇게 힘든데 다른 국회의원들을 더 쉽지가 않다. 국민의 뜻을 거스르거나 잘못 된 정책을 펴고 있는 국회의원에게 뭐라고 내 의사를 표현하고 싶은데 기껏 할 수 있는 게 뉴스에 댓글을 달거나 트위터에 화풀이하는 게 고작이다. 사람들은 어떻게하면 내 의사를 국회의원들에게 전달 할 수 있을까 고민하기 시작했다.
정치에 문자 메시지(SMS)를 적극 활용하기 시작 한 건 2002년 대통령 선거였다.
그때는 선거법상 문자 메시지로 선거운동을 할 수 없었다. 어떤 후보를 지지하도록 문자를 보낼 수 없었다. 그래서 노무현 지지자들은 우회적으로 투표에 꼭 참여하자는 권유 문자를 서로 주고 받았고 엄청난 붐을 일으켰다. 이 문자 메시지는 민주당 후보의 지지세 결집에 큰 역할을 한다.
예상을 빗나갔던 18원 후원금.
20대 총선 당시 민주당 지지자들 사이에서 새누리당 후보와 현직 의원들에게 18원 후원금 보내기가 유행처럼 번졌었다. 18원 후원금을 보내고 정치후원금 영수증 발행을 신청하면 그 비용이 더 들기 때문에 많이 보내면 보낼 수록 새누리당 후보 캠프의 재정 상태가 악화 될 거라는 소문 때문이었다. 물론 '십팔원'이라는 비속어 비슷한 발음 때문에 간접적으로 상대 후보에게 욕을 전달하는 효과가 있을거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후원금 18원은 영수증 발행 의무가 없고 후원금 계좌는 선거 캠프의 회계 담당 봉사자가 하기 때문에 애꿎은 사람만 불쾌감을 얻게 한 꼴이 됐다.
20대 총선은 내가 생각해도 전에 없던 별난 선거였던 거 같다.
국회의원에게 18원 후원금을 보내 모욕감을 줄 생각을 할 수 있다거나 문자 메시지(SMS)로 직접 자기 생각을 전달하는 게 대단한 일이 아니었다. 당시 박근혜와 새누리당은 세월호 여파를 견디지 못하고 지지율이 폭락하던 때였다. 힘이 빠질대로 빠진 상태였다. 그래서였을까? 새누리당 의원들에겐 욕설을 해도 사회적으로 용납 될 거 같은 분위기였다. 그래서 사람들은 조금씩 국회의원에게 문자 메시지를 전달하는 게 익숙해지기 시작했다.
문자 메시지가 문자폭탄이 된 건 아마도 표창원 의원이 박근혜 탄핵을 반대하는 국회의원들의 전화번호를 SNS에 공개하면서 시작 된 게 아닌가 싶다. 나중에 그것에 대해 사과는 했지만 문자폭탄으로 정적을 괴롭히는 일은 대통령 선거에까지 이어졌다.
박근혜 탄핵을 반대하던 새누리당 국회의원들은 공포감을 느낄 정도로 상당한 양의 문자폭탄 테러를 당했고 결국 백기를 들어 탄핵안을 처리했다. 민주당은 문자폭탄의 효과를 제대로 본 셈이다.
처음에는 상대 진영의 국회의원에게 문자폭탄을 보내는 것도 정치적인 표현의 하나라고 여겼었다. 그러나 지난 대선에서 등장한 문자폭탄은 가히 테러에 가까웠다. 박근혜 탄핵에 큰 공을 세웠던 문자폭탄은 상대 정당 후보 뿐만 아니라 당내 경선에서 당시 문재인 후보의 상대 진영에까지 무차별적으로 공격이 가해졌다.
다른 후보를 지지하거나 옹호하는 발언을 한 국회의원과 사회인사들까지 무차별적으로 문자테러가 가해졌다. 이에 대해 당시 문재인 후보는 문자테러를 경쟁 과정에서 나오는 양념 정도로 가볍게 여기는 듯한 발언을 하기도 했다.
박근혜를 탄핵하고 문재인 대통령의 당선에 큰 역할을 했던 문자테러는 대선이 끝나고도 위력을 발휘했다. 상대는 언론이었다. 극성 문재인 대통령 지지자들은 정부에 조금만 비판적인 기사를 쓴 기자의 전화번호와 이메일을 알아내 문자테러를 서슴치 않았다.
이제는 같은 당내에서도 소신발언을 하기가 어렵게 됐다. 문재인 대통령 극성 지지자들의 이런 문자테러 때문에 몸을 사려야 하고 제대로 된 의정 활동에 지장을 받기도 한다.
처음엔 투표 독려와 지지자 결집의 목적으로 시작해 이제는 테러 무기로 변질 된 문자폭탄이 됐다. 국회의원의 의정활동에 악영향을 주고 소신 행보를 저해하는 이런 문자테러에 대한 규제를 생각해 봐야 할 시기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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