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파는 빨갱이라는 공식이 수십년 동안 우리사회를 지배하고 있던 시절이 있었다. 이승만 때부터 시작된 매카시즘이 박정희, 전두환 군부독재와 만나 청와대 중앙권력을 집중하는데 악용되어 왔다. 독재에 반대하는 사회 지식인과 정치인 그리고 대학생들까지 반공분자, 즉 빨갱이로 몰아세워 죄를 뒤집을 씌우고 고문하고 구속하고 또는 일부가 죽임을 당하기도 했다. 1987년 민주화운동을 계기로 전두환은 백기를 들었고 직선제로 노태우가 대통령에 당선 되지만 그마져도 선거조작으로 얼룩졌다. 그후에 1992년 군인 출신이 아닌 김영삼이 대통령에 당선되면서 우리 사회에게 많은 변화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오랜 독재를 겪으며 억압 됐던 자기 개성을 중시하는 문화가 급격히 퍼졌다. 서태지가 등장하고 X세대, Y세대는 자기PR시대를 충분히 즐기게 됐다.
세상은 급격하게 변하지만 여전히 변하지 않는 게 있었다. 정치는 좀처럼 발전하지 못했다. 선거 때면 빨갱이 색깔론이 등장했고 진보 성향의 사람들은 사회주의자로 몰려 여전히 편견어린 시선을 받아야 했다. 아직도 나이가 있는 기성세대들은 좌파를 빨갱이로 단정짓고 척결의 대상으로 여긴다.
1997년 김대중 대통령 시대가 되면서 빨갱이로 몰렸던 진보 세력들의 정치적 힘이 점점 커지기 시작했다. 민주화 운동의 정신적 큰 어른이고 실천가인 김대중 대통령이 되면서 군부독재와 싸웠던 많은 민주화 운동권 정치인들이 힘을 얻으며 반격에 나서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면서 본격적인 이념갈등이 심화되고 있었다.
2002년 노무현이 대통령에 당선되고 나서 1980년대 전두환의 독재에 맞서 싸웠던 386운동권으로 분류되는 젊은 정치인들이 정치권에 대거 진출하며 힘이 커졌다. 진보와 보수 힘의 균형이 대등해 지는 시기였다. 그러면서 등장한 게 친일파 색깔론이다. 좌파 진보는 빨갱이라는 프레임 때문에 억압받던 이들이 같은 방식으로 보수는 친일파라는 프레임을 만들기 시작한 것이다. 이렇게 시작된 이념갈등은 이명박 시대를 맞아 극명하게 진영이 갈렸고 국민 분열은 본격화 된다.
문재인 대통령이 집권하고 있는 2019년 지금은 어떤가. 대선 때마다 등장하던 국민 대통합과 화합은 이루어졌을까? 요즘 나라 돌아가는 걸 보면 그런 거 같지 않다. 국민은 더 여러 갈래로 분열됐고 국가 혼란은 가중되고 있다. 90년대 진보 정치인이 빨갱이 프레임에서 맥을 못 추던 것처럼 보수 정당은 친일파 프레임에서 허우적 거리고 있다. 힘의 균형이 진보 정치로 완전히 기울었다. 진보가 힘을 키우고 세력이 커지면 국민통합이 된 것처럼 보이기라도 해야 하는데 사실은 진보 진영에서부터 분열이 다시 시작한 것이다.
친일파 프레임은 잘 먹혀들었고 보수는 아직도 힘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이명박, 박근혜 시대에 보수 정치가 힘을 얻는 듯 하였지만 그 힘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해 패권이 나뉘어 보수는 망하게 됐다. 새누리당이 망했던 그 과정을 지금 민주당이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
이제 좌파가 흉이 되거나 사회적으로 지탄의 대상이 아닌 시대가 됐다. 빨갱이 색깔론은 이제 우스갯소리 소재로도 쓰이지 않는 구시대적 유물이 됐다. 이제 뭔가 정상적으로 되는 거 같지만 민주당은 계파를 나눠 또 새로운 적을 만들어 내고 있다. 독재에 저항하고 싸우며 힘을 키웠던 그들은 또 저항하고 싸워야 하는 새로운 적이 필요하게 됐다. 싸워야만 세력이 집결되고 지지를 얻을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지금 시대는 보수와 진보 정치의 개념이 바뀌고 자기를 보수다, 진보다 규정하지 않는 사람도 많아졌다. 워낙 사회가 급변하고 정보화시대를 맞이하면서 넘치는 정보를 각자 자기 상황에 맞게 분석하고 받아들이기 때문에 정치적인 이념이 개개인에 따라 세분화 되고 있는 것이다. 예를 들어 국방 정책은 보수적이지만 문화, 사회는 진보적인 사람이 있다. 이들을 단적으로 너는 보수다, 진보다 규정 할 수 없는 것이다.
시대가 변했다. 국민은 분열되어 서로가 옳다 싸우고 있다. 혼란의 중심이 선 대한민국을 문재인 대통령은 어떻게 수습하고 산재한 사회, 경제 문제를 어떻게 풀어 갈 것인지 관심있게 지켜봐야 할 것이다.
'사회와 이슈 > 정치' 카테고리의 다른 글
시민사회운동 그것은 봉사인가 정치인가 (0) | 2019.06.21 |
---|---|
정치인에게 가해지는 문자폭탄과 18원 후원은 어떻게 생겨났고 어떻게 면죄부를 얻게 됐을까 (0) | 2019.06.21 |
민주당의 공수처는 실패할 가능성이 더 크다. 쫓기듯 너무 서둘렀다. (0) | 2019.05.28 |
보수는 친일 매국 정당이라는 절대악으로 프레임 만들기 성공한 문재인의 민주당 (0) | 2019.04.16 |
노무현이 떠오르는 영화 이끼의 이목형 (0) | 2019.04.1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