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3년 우리나라는 전쟁 직후 모든 물자가 부족했다. 국제구호에도 불구하고 먹고사는 문제가 가장 심각했고 국가 재건은 쉽지 않았다. '60년대 부터 시작한 산아제한 정책은 그런 맥락에서 시작했다. 말 그대로 입 하나라도 줄여보자는 거였다. 이런 산아제한 정책은 '80년대까지 이어졌다. 그러나 이때도 국가의 출산정책은 오락가락 일관성이 없었다.
말은 제주도로 사람은 서울로!
우리나라는 전통적인 농경사회였지만 '6,70년대까지도 마땅한 농업 기술이 없었다. 그나마 땅이라도 있으면 입에 풀칠이라도 할 수 있었지만 지방의 많은 사람들이 단지 먹고살기 위해 도시로 모여들었다. 가내수공업이라도 일거리가 있으면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부모 세대는 고향을 지켜야 하는 게 숙명 같았고 자식들은 성인이 되기도 전에 서울, 부산, 대전 등 큰 도시로 들어가 돈을 벌어야 했다. 특히 '8,90년대 산업화가 이뤄지고 나라가 고도성장하면서 인구의 수도권 집중화는 더욱 가속화 됐다.
연도별 서울과 수도권의 인구변화를 보면 '60대 부터 전국 대비 인구 비율이 계속 증가하고 있다. '80년대가 되면서 전체 인구의 20%가 넘는 인구가 서울에 거주했다. 서울은 빠르게 팽창했고 우리나라는 서울과 수도권에 국가 역량이 집중됐다. 그 결과 '70년대 부터 지금까지 대한민국 인구의 절반 이상이 서울과 수도권에 살고 있다.
'60년대 부터 서울에 정착한 사람들은 서울에서 결혼하고 자식을 낳아 가정을 꾸렸다. 먹고살기 위해 서울로 가야했던 사람들이 '90년대 까지만 해도 명절이 되면 부모님이 계신 고향을 찾아 나서면서 진풍경을 만들기도 했다. 요즘은 고속철이 생기고 고속도로가 거미줄처럼 연결되서 이때의 진풍경은 보기 어렵지만 교통 환경이 좋아진 것 말고도 또 다른 이유가 있다.
1998년 부터 2년 정도 방송하면서 큰 인기를 얻었던 SBS의 "좋은세상 만들기"라는 예능이 있다. 고향에 계신 부모님들이 출연해 재미와 감동을 안겨주었던 방송이다. 이때까지만 해도 많은 사람들이 고향과 고향에 계신 부모님을 그리워 했다. 지방이 고향이던 서울 정착 1세대 이주민들이 80, 90년대에 서울에서 2, 3세의 자녀를 낳았고 그 세대는 지금 성인이 되어 당시 서울로 이주했던 부모님의 나이가 되었다. 많은 20,30,40 세대가 서울이 고향이고 부모님도 서울에 있다. 이들은 보모님과 고향이 다른 특징을 갖는다. 시간이 지나 서울이 고향이 된 20, 30, 40 세대가 자녀를 낳으면서 다시 부모와 자녀가 고향이 같아지고 있다. 이런 현상은 전국 대도시에서 비슷하게 있다.
산업화 성공과 대도시 성장의 이면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 '80년대까지 정부는 공식적으로 산아정책을 지켜왔지만 산업화의 성공으로 도시민들의 경제 사정은 안정적이 되면서 인구는 꾸준히 늘어왔다. 지방에서 균형있게 인구가 증가하는 게 아니라 수도권과 대도시 중심으로 인구가 팽창한 것이 지금의 사회적 부작용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 지방 소멸 위기가 됐다.
도시로 모여 든 인구는 다시 지방으로 돌아가지 않는다. 있어도 의미 있는 수치라 할 수 없는 아주 적은 인원이다. 세대별 인구수를 보면 50대 부터 계속 수가 줄어들고 있다. 특히 30대는(6,635,875) 40대(8,060,737) 보다 250만 명 이상 급속하게 인구가 줄었고 20대와 10대도 200만이 넘는 큰 인구수 차이를 보이고 있다.
'90년대에 도시 팽창 절정을 이뤘지만 이후로 출산 인구가 줄어들면서 인구는 계속해서 급속히 줄고 있다. 전문가들은 인구감소가 이런 추세라면 50년 후엔 1970년 수준으로 인구수가 줄어들 것이라고 한다. 서두에 언급했듯이 '6,70년대 부터 국가가 나서서 피임을 적극 지원할 정도로 산아제한 정책을 했지만 (국가기록원에 따르면) '60년대 부터 '80년까지 인구 1,300만 명이 늘어 3,800만 명으로 늘었다고 한다. 과거엔 인구가 증가하는 과정이었다면 지금은 감소하는 과정에서 조만간 인구수 교차점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지난 수 십년 우리나라는 대도시를 중심으로 인프라가 집중됐다. 출산율이 줄어 인구가 감소한 것이지 지금도 대도시로 이주하는 인구 비율은 여전하다. 지방에서도 거점 도시로 인구가 집중되고 있다. 즉, 도시에서 조금만 벗어난 읍/면 단위 지역엔 이제 노인 조차도 찾아보기 어려운 지역이 늘어나고 있다. 도시에 한번 정착하면 다시 시골로 돌아가는 건 웬만해선 쉽지가 않다.
사라지는 마을, 다음 차례는 지방 중소도시
서울과 가까운 경기도 수도권을 제외한다면 어떤 시골 지역을 가도 사람이 살지 않아 폐허가 된 마을을 어렵지 않게 찾아 볼 수 있다. 영화 어벤저스를 봤던 사람은 이해할지 모르겠다. 타노스가 건틀렛을 사용한 것처럼 정말 빠르게 사람들이 사라지고 있다.
우리나라는 현재도 도시 위주로 인프라가 집중되기 때문에 시골에 살려면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일단 시골에 살려면 돈이 많이 든다. 도시가스가 없으니 겨울에 난방을 위해 사용하는 난방유는 끝 모르고 가격이 치솟고 나무나 펠릿같은 대체연료 가격도 만만치가 않다. 주로 노인들이겠지만 경제력이 좋지 않으면 추운 겨우내 전기장판으로 버티는 것이다. 또 대중교통도 수익성을 이유로 노선이 폐지되거나 운행 횟수가 하루 2회 이하인 곳이 늘어나고 있다. 어쩔 수 없이 비싼 택시를 타지 않으면 마을을 벗어나는 일이 쉽지 않다. 약국이나 병원을 가려 해도 버스를 여러번 갈아 타야하고 노선이 맞지 않으면 시내에서도 또 택시를 타야한다. 자가용이 없다면 병원 한 번 다녀오는 게 하루 일과가 된다. 그런 부모님을 보기가 안쓰러운 자녀들은 도시로 부모님을 모시고 싶어하는 게 당연하다. 마을이 비어가는 이유에는 그런 것도 있다.
지방엔 인구 20만이 되지 않는 소도시가 많다. 대도시로 이주할 여건이 되지 않는 사람들은 규모가 작더라도 지방 거점의 도시로 가야 그나마 일자리를 구할 수 있다. 그렇게 지방엔 읍/면 단위 행정구역이 통폐합 되기도 한다. 그나마 지방에도 도시엔 기본적인 인프라가 있지만 지금과 같은 추세로 인구가 감소한다면 마을이 사라지고 읍/면 행정구역이 사라지는 것처럼 소도시가 소멸하는 것도 자명한 일이다.
지방 균형발전은 숙명 같은 것, 애 낳으라는 것 보다 있는 애들이라도 잘 수 있게 하는 게 중요
지방균형발전을 목적으로 세종시로 행정수도를 분할하고 전국 혁신도시를 조성해 공공기관을 이주하고 있다. 일부 지역에서는 어느정도 성과를 보이고 있지만 전국 혁신도시 상황은 아직 의미있는 결과가 있다고 하기엔 조심스럽다. 그러나 꾸준히 해야 하는 정책 중 하나임엔 분명하다.
우리나라 출산율이 저조한 이유는 아마도 주거와 교육비 부담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할 것이다. 아이를 키우고 교육시키고 독립 할 수 있는 주거공간을 마련해 주기까지 부모가 감당해야 하는 부담이 능력치를 벗어나고 있다. 우리나라 인구 감소문제는 아마도 거주와 교육을 개혁하는 것이 그 시작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아이들은 태어나면서 부터 어딘가에 있을 누군가를 경쟁자로 삼아야 한다. 부모의 능력이 아이의 학벌에 영향을 주고 아이의 학벌은 사회 진출에 또 영향을 준다. 잘못 꿴 단추부터 다시 고치겠다는 것 보다 처음부터 다시 단추를 꿰어야 하는 수준의 교육 개혁이 필요하다.
나라는 출산율을 높이기 위해 매년 수 조원의 예산을 쓰고 있다. 깨진 항아리에 물 붓기는 아닌지 다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단지 자기만족이 아니라 좋은 대학을 나오지 않아도 행복 할 수 있고 지방에 살아도 할 수 있는 것들이 많을 수 있어야 한다. 그 과정에서 아이와 부모는 국가로 부터 내가 보호받고 있다는 걸 체감할 수 있어야 한다. 지금처럼 아이 낳으면 돈 주겠다는 식의 1차원 정책이 어디까지 효과를 낼 수 있을지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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