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5월 대통령 집무실을 청와대서 지금의 용산 대통령실로 이전하느라 나라가 온통 시끄러웠다. 혼란스러운 정국에 대통령실 경호 경비단에서 38구경 권총탄알 6발이 들어있는 탄알집을 분실한 사건이 있었다. 검찰은 이 총알을 찾겠다고 네이버와 다음을 압수수색했다.
포털 사이트를 압수수색해서 특정 인물을 지목했다. 그는 네이버에서 '실탄'이란 단어를 연속해서 검색한 것이다. 그런데 검찰이 지목한 사람은 변호사였고 업무상 필요해 총포법 관련해 자료를 찾고 있던 것이다. 검찰은 이미 해당 변호사의 인적사항과 사생활까지 조사를 한 상태였다. 심각한 인권침해 사건이었지만 검찰은 어떤 사과나 후속조치를 약속하지 않았다.
자료에 따르면 검찰의 네이버, 카카오 압수수색 영장은 2019년 기준 하루 평균 약 47건에 달한다. 반면 구글이나 페이스북 등의 해외 업체에 대해서는 사실상 압수수색 영장 집행이 어렵다. 이런 현상은 국내 인터넷 서비스 업체를 이용하는 누구나 언제든 사찰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의미기도 하다.
지금도 검찰의 지나친 압수수색 남발에 국민들 불만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2016년 세월호 사건 이후 수사기관, 국가 정보기관의 민간인 사찰에 대한 우려도 점점 커지고 있다. 90년대 이후 사라졌던 민간인 불심검문이 다시 등장하기도 했다.
수사기관의 지나친 압수수색 남용에 대한 문제 제기는 2008년 국회에서도 논의 된 적이 있다. 처음으로 국정감사에 포털 사이트 책임자가 증인으로 소환되기도 했다. 당시 자료에 따르면 2007년 하루 평균 21건이던 압수수색은 2008년 345건으로 16배 이상 증가했다. 당시엔 미국소 수입 관련해 국민의 반대 목소리가 컷고 매주 반대 집회가 열리던 때였다.
2008년 상반기 각 통신사에 법원의 압수수색 영장 건수는 총 4,873건이다. 이런 정도면 수사기관은 거의 실시간 개인의 모든 사생활을 뒤지고 있다는 것이다. 당시 야당(민주당)은 수사기관의 이런 사생활, 인권침해에 대해서 문제를 인식하고 국회에서 대책 논의를 시도하였으나 별 성과를 얻지는 못했다. 그렇게 지금까지 수사기관의 포털사이트, 통신사 압수수색은 여전히 오남용 되고 있는 실정이다.
국내에서는 국민 메신저라고 알려진 카카오톡이 있지만 정치권에서도 민감한 내용을 다룰 때는 국회의원도 텔레그램 메신저를 사용한다. 러시아에 서버가 있는 것으로 알려진 텔레그램은 보안이 우수하고 익명 대화가 가능한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N번방 사태처럼 그런 익명성과 보안성 때문에 각종 범죄에 악용되기도 한다.
국내 포털이나 통신사를 안심하고 이용할 수 없는 상황이다. 나의 통신 내용과 사생활 등이 언제든 수사기관에 통보 될 수 있다는 걸 늘 염두하면서 서비스를 이용해야 한다. 최근엔 통신 외에도 은행 계좌 거래 내역 조회도 점점 증가하고 있다. 요즘은 특정 정치인에게 후원한 사람의 계좌도 검찰이 조회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들이 나오기도 한다. 그만큼 검찰 같은 수사기관과 내정보에 대한 보안에 대한 신뢰가 위험수준으로 추락했다는 걸 보여주고 있다. 이제 굳이 과거처럼 애국심으로 국산품 애용하는 시대가 아니다. 특히 IT 서비스 분야가 그렇다. 국내 기업의 자유로운 영업활동을 방해하고 있는 건 아닌지 경각심을 갖고 다뤄질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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