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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제장 뿐 아니라 휴가지, 해수욕장, 유원지 등 바가지 요금도 근절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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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여 년 전 벚꽃으로 유명한 지역 축제에 다녀왔던 적이 있다. 흐드러진 벚꽃의 멋진 풍경을 감상하고 저녁이 되면서 여유로운 야경을 즐기고 있었다. 각설이 분장을 한 사람이 다가오더니 무작정 손에 들고 있는 엿을 사라는 것이다. 우린 곧 저녁 식사를 할 계획이었기 때문에 거절했다. 그러자 계속 우리를 따라오면서 엿 꾸러미를 그냥 줄테니 가져가라면서 강제로 내 손에 들려준다. 그러고 나서 5천원이라며 돈을 요구한다. 난 살 마음이 없다며 돌려주려고 하니 각설이가 준 걸 다시 돌려주면 3년이 재수없다거나 걸귀가 따라다닐거라면서 저주를 퍼붓는다. 돈을 주고 축제장을 빠져나왔는데 너무 기분이 상해서 1분도 거기에 있고 싶지 않았다. 저녁을 먹고 조금 더 즐기고 싶었지만 그길로 집에 돌아와서 한 잔 했다. 그 뒤로 축제장 트라우마가 있다.

 

시작은 2개월 전 일본의 셀럽 유튜버 방송이었다. 스스로 규칙을 만들어 정해진 금액으로 우리나라 한 축제장에서 먹거리를 구하는 미션을 수행하는 방송이었다. 이때 사용 할 수 있는 금액은 8천원이었다.

축제장에는 많은 먹거리 상점이 즐비했고 유튜버는 여러 곳을 다니면 정해진 금액으로 살 수 있는 음식을 사기 위해 고군분투 했다. 그런데 8천원으로 살 수 있는 먹거리는 없었다. 너무 비싼 가격에 해당 유튜버는 한국의 높은 물가에 대해서 언급하며 아쉬워 했다.

 

KBS 1박2일

우리나라의 바가지 물가는 어제오늘 있었던 일이 아니었지만 일본 유튜버의 사연이 언론에 소개 되고 얼마 되지 않아 KBS 인기 방송 1박2일에서 멤버들이 한 지역 축제에서 전통과자를 구입하는 장면이 방송을 타면서 축제장 바가지 물가는 본격적으로 도마위에 올랐다.

 

해당 지자체는 다른 지역에서 온 상인어서 관리가 어렵다는 해명을 했지만 오히려 국민들의 반감만 키우게 됐다.

 

 

아마도 우리나라 축제장 어디를 가든 이런 형태의 상점들을 흔하게 만날 수 있다. 아주 오랜 옛날부터 장돌뱅이처럼 전국 축제장을 따라다니는 상인들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옛날부터 휴가철 피서지나 유명 관광지 바가지 요금에 익숙해져서 놀라가서 바가지 쓰는 것도 추억으로 여길 정도였다. 그런데 이상한 건 축제장 마다 이렇게 비슷한 형태의 상점들이 늘 있는데 식당 보다는 비싼 건 마찮가지지만 지역마다 가격이 조금씩 다르다.

 

옛날에 지인이 다마스 끌고 다니면서 핫도그나 떡볶이 같은 분식 장사를 한 적이 있다. 오래전이니 보통은 단관극장 앞이나 통행이 많은 사거리 모서리 등에서 장사했었다. 그러다 인근에 축제가 있으면 그곳에서 장사를 하는데 축제 한 두달 전에 자리 예약을 미리 했어야 했다. 축제 주최측이나 상인회에서 자릿세를 받고 터를 빌려주는데 경쟁이 치열했다. 다마스 한 대 세우는데 축제기간 동안 200만원 정도의 자릿세를 냈다.

 

1박2일을 계기로 축제장 상인들이 어떻게 운영되고 있는지 언론에 자주 언급됐다. 요즘도 축제 주최측이 아니라 상인회나 지역 민간단체에서 자리를 확보하고 자릿세 장사를 한다는 것이다. 축제장 마다 수 백 만원씩 자릿세를 주고 장사를 해야하니 어쩌면 터무니 없는 바가지도 상인들만 탓할 건 아닌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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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불꽃축제 때 호텔이나 카페 바가지 요금으로 시끄러웠다. 그런데 이런 바가지는 전국적으로 늘 있어 왔다. 여름철 해수욕장 근처에서는 음료수 하나도 평소 가격의 두 배는 줘야 살 수 있던 시절도 있었다. 가족들과 계곡에서 백숙 한 마리 먹으려 해도 2,30만원을 요구하기도 했다. 지자체에서 단속하면서 지정 된 매장에서 장사하는 상인들은 바가지가 조금씩 줄어들고 있지만 특별한 철이 되면 여전히 바가지가 기승이다.

 

숙박시설 바가지도 심각하다. 해수욕장 근처라고 해서 샤워 시설도 변변찮고 판자로 어설프에 꾸며진 작은 방 하나에 수 십만원을 요구하는 경우도 빈번하다. 요즘은 플랫폼 앱에서 가격 확인이 미리 가능하지만 앱에 등록되지 않은 한철 임시 운영하는 무허가 시설들도 있다. 숙박시설에 간판도 없고 특히 전화번호가 공개되지 않았다면 무허가일 가능성이 크다.

 

특히 요즘처럼 고물가 시대에 국민들은 휴가는 커녕 외식도 망설이게 된다. 큰 결심하고 힐링하러 간 휴가에서 마음에 상처만 입고 돌아오는 일이 없도록 상인들 스스로도 적당한 선을 지키고 지자체에서도 바가지 요금 단속에 지금보다는 더 훨씬 적극적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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